[스크랩] 비나리 사설
서울 풍물굿시민공동체 자료실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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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의 내용
아래의 발취한 사설은 얼마전에 김용배,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선생님들께서
사물놀이 초창기 미국순회 공연한 내용을 다시금 음반으로 발매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발췌한 것입니다.
㉮ 자진몰이+평조(장단에 대한 가락모음)
천개우주 하날이요 지재조추 땅생길 때
국태민안 법윤전 시화연풍 돈나들고 이씨한양
윤번세 삼각산 기봉하고 봉황이 생겼구나
봉황눌러 대궐짓고 대궐앞에는 육조로다. // (악기만 연주)
오양문 하각산에 각도각읍을 마련할제
왕십리 청룡이요 동구만리 백호로다
종남산 안산되고 과천관악산 화산이비쳐
동작강 수구막아 한강수 둘러싸니
여천지 무궁이라 원아는 금여찬데
차일은 사바세계 남선은 부주로다
해동이면 대한민국 각댁각가정과
세계의 여러분들 몽중살 없을소냐
몽중살을 풀고가자 // (악기만 연주)
몽중살은 직접살이요 살풀어서 내릴살
원근도중에 이별살이요 부모돌아가 몽상살
몽상입어 거상살이요 거상벗으니 탈상인디
장인삼촌에 복채살 동네방네 불난살
이웃지간에 훼손살이요 도적난데는 실물살
흙을 달아 토살인데 돌달으면 석살이라
산나무는 목신살 죽은나무는 동토살이라
산에올라 산신살 들로내리니 들롱살이요 // (악기만 연주)
산에 오르니 산신살 들로내리니 들롱살이요
바깥마당에 벼락살 앞마당에는 회룡살
지붕마루는 용충살 혼인대사에 주당살이요
마루대청 성주님살 건너방에는 근옹살이요
안방삼간에 접어드니 이벽저벽에 벽파살
내외지간 공방살 애기난데는 삼신살
화택밑에 동아살 일체액살을 휘몰아다
금일정성 대를바쳐 일체액살을 소멸하니
건구건명 여러분들 만사가 대길이요 백사가 여일하니
마음과 뜻과 잡순대로 소원성취 발원이라 // (악기만 연주)
㉯ 회심곡+메나리토리(합창과 독창곡으로 전개)
(합창)
상봉길경에 불공만재로구려 만재수야 -
아 - 헤 - 이헤라 저거라 에헤- 사랑하십소사
아 - 헤 - 어험이로다 어허엄이요
(독창)
나무아 - 시방정토 극락세계(악기)
삼십육만은 칠십일만 구천구백등명 부모 자비 대비
아둥 도산 금상에도 여래신대 무량서기 불명 불에 만 보살이로다
(합창)
여래야 - 아 - 헤 - 이헤라 저거라 에헤 - 사랑하십소사
아 - 하 - 어험이 어험이로다 어허엄이요
(독창)
복만 많고요 명이 짧아도 못사느니
명만 길어도 복이 없이는 못사느니
짜른명 잇어주고 긴명을 자려다가
무쇠 목숨에 돌끈달아 배세 삼세를 누려살제
명도 주고 복도 주고 인간의 오복 만복을 점지하니
이 일에 만사가 소원만 성취구료
(합창)
만복이라 - 이헤에 사실지라도 늘여서 사대만 사십소사 사랑 -
에헤 - 에헤 - 어허미로다 어허엄이요
(독창)
건구건명전에는 여분들 만복을 받았거니와
만복액살 질쳐줄제
삼재팔난 관재구설 우환질병 잡귀잡신 일체 살을
휘몰아다가
금일 정성 대를 바쳐 춘순풍 불거들랑
(합창)
월미도 앞강에 소멸을 합시다
영창목에 행여나 복일지라도 오대풀이며 삼재풀이며 동미조강
의주 압록강에다 덩기덩 두둥실 떠나려 보냅시다
어허 - 어허미로다 에헤 -
※참고 <약간의 용어 풀이>
시화연풍 : 나라가 태평하고 곡식이 잘됨, 윤번세 : 돌아가는 차례
기봉 : 산줄기중 가장 높은 봉우리, 육조 : 조선조 국무처리관청
사바세계 : 고생이 많은 세계, 인간의 세계, 대(臺) :(바쳐지는) 물건을 통틀어 일컬음
비나리의 내용 분석
비나리를 먼저 들어보면 징의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징의 쓰임이 사물놀이나. 풍물굿의 그것과는 상당히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풍물굿이나 사물놀이놀이에서의 징은 여러개의 소리를 하나로 감싸 안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비나리에서의 징은 감싸 안는 것 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개별 악기로 다른 악기의 소리와 섞여 난다는 느낌이 있다. 즉, 풍물굿이나 사물놀이에서처럼 리듬의 함축과, 종속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 리듬의 분활과, 리듬의 주도의 역할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치 그 소리가 전자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까지도 일으킨다. 마치, 무악에서 쓰이는 형식의 징의 모습을 흡사하게 닮고 있다. 초반부에서 이런 징의 쓰임으로 보아 초반부는 무악의 영향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후반부에 가면 불교적 색체가 짙다. 또한 그 음악 형식에서 보면 불교음악의 회심곡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결국, 비나리는 무악과 불교음악이 함께 공존해 있고, 그 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창세 내력과 현세의 근원
첫부분은 천지개벽 이후의 현세가 이루어진 근원을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은 함경도나 제주도 등의 창세무가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치국잡기'무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이 상당히 내력이 있고 명당이라는 의식이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한양의 묘사에서 풍수지리 사상을 도입 한국인의 공간 사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살풀이
둘째부분은 살풀이이다. 살 이라고 하는 마치 세균과도 같은 존재로 인간에게 달라 붙는다. 따라서 끼이거나 붙은 살을 풀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살풀이를 한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살들을 열거하고 풀어 내는 것이다.
㉰ 액풀이
이 분분은 앞의 비나리 내용(사설)부분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러나 비나리를 잘 살펴 보면 액풀이도 들어가 있게 된다. 액은 마치 불행한 운수와 같은 것으로 인간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운한 질서이다. 이러한 액을 풀어내는 것이 액풀이다. 액풀이는 흔히 달거리로 진행된다. 일년 열 두 달의 겹치는 날로 전달의 액을 풀어 버린다. 예컨대, 정월에 드는 액은 이월 이자로 막는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사고의 표현이며 액풀이는 이러한 순서로 열 두 달의 액을 막는다.
㉱ 덕담 축원 뒷풀이
마지막으로 액과 살을 물린 뒤의 뒷풀이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사설 내용은 재물, 장수, 물로 정화된 생명을 강조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 축원, 덕담을 하지 않고 성조풀이나 삼재풀이를 같은 장단에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부분은 불교음악과 깊은 관련성을 보인다.
비나리란?
'비나리'는 고사라고도 한다. 비나리의 어의가 분명하지 않고 또 그것을 밝혀 줄 만한 문헌도 기록도 없이 실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나리는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도 김덕수네 사물놀이패나 여타의 패거리들이 연행하고 있기 때문에 참으로 희미하게나마 비나리의 존재 양상ᄋ과 연행 형식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나리패라는 유량연예집단이 있�다는 기록을 보면 비나리는 단순한 고사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책의 저자는 비나리의 자료를 「화청」「불교음악 연구」「남사당패 연구」「사물놀이」「四物놀이 1986년 4월 28일 공연 테이프」등을 사용하였다.
㉮ 비나리의 어의
비나리의 말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빌다 (告,乞)" 라는 뜻에서 왔을 법하나 그 유레를 밝힐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비나리의 말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비나리의 용레와 이와 유사한 계열의 용어를 들어보자
① 갯비나리 ② 멧비나리 ③ 비나나다. 비나이다. ④ 비난수 ⑤ 비념
①은 포구나 바닷가에서 비나리를 할 때에 부르는 용어이다.
②는 들이나 산에서 비나리를 할 때에 사용하는 용어이다.
③은 우리가 관용적으로 신에게 축원을 올리거나 기원을 할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④는 평북 정주 방언으로 굿을 할 때에 귀신에게 비는 말이라 한다.
⑤는 제주도굿에서 신에게 기원한다는 뜻으로 소규모의 재차를 의미한다. 이때에는 작은 요령만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을 검토하여 보면 모두 비나(bina)의 음소를 갖고 있다. 또 모두 일정한 대상을 향햐여 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위의 모든 말들은 귀신이나 신에게 재를 올리며 비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비나리를 본다면 비나리 역시 무엇엔가 빌고 재를 올리는 형식의 기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나리의 어원은 '빌다'에서 유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비나리의 내용분석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