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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노석 임창웅 2005. 6. 15. 16:40

방자라는 별명으로 묵묵히 일을 도와주신 반장님이 안 계셨다.

퇴원을 하셨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더니. 백내장 수술을 하러 가셨단다.

늘 열심히 하시던 복순할머니가 왠일로 먼 발치에서 힐끔힐끔 바라만 보고 계신다.

같이 하시자고 손을 끌었더니, 너무 어렵다 하시면서 겨우 자리에 앉으신다.

담당하시는 분의 말을 들으니, 이 할머니의 뇌 손상 상태로 이정도 하시는 것도

초인적이라 하신다.

차라리 그냥 글씨를 따라 쓰게만 하고 싶은 마음도 일었다.

뭘 얼마나 더 얻겠다고, 잊어져가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여 뇌에 무리를 주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담당자는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자꾸하시는 것이 좋다고, 이런 수업방식이

좋다고 한다.

전 시간에 이어 네모 지그재그로 이어그리기를 하였다. 저번 시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큰 변화는 없다. 별테두리 그리기를 하였다. 헉 제대로 하시는 분이 한 분 정도이고, 다른 분들은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 볼 수가 없다. 선 이어서 별그리기를 하면 좀 나을까 해서 시켜보았더니, 역시 한 두분 빼고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글씨쓰기는 곧 여름 피서철리고해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여행에 관해서 써보시라 하였다.

 한 할머니는 일제시대 때 남편 징용 안가게 할려고 도망다니느라 여행은 뭔 여행이고, 애들 키우느라 한번도 못가봤어 하신다. 처음 참석하신 할머니는 서락산을 두번 가서 케블카 타고, 경주에 삼박 사일로 가셔서 맛있는 것 해 먹었다라는 글귀를 장문으로 쓰셨다. 그것을 쓰시면 행복해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나이지리아 폭포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라고 쓰신 할아버지(나이지리아는 영어로 쓰셨다)

부산에서 매운탕 먹은게 가장 기억에 남는 다는 할머니는 글씨를 못써서 종이가 아깝다고 자꾸 일어서실라고 하신다. 아주 잘 쓰셨는데,

흑산도가 기억에 나신다는 할아버지...복순이 할머니는 뉴질랜드가 기억에 남으셨다고 하신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인이 쓰지는 못하고 몰래 담당자에게 써 달라고 하신다. 영어로...

역시 일생을 고집스럽게..악착같이 살아오신 분들은, 말년 역시도 거칠게 보인다.

반면교사라 했던가...오히려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