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서예박물관에서 청년작가 선발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신청했던 내용입니다.
물론 선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나름대로 작업관과 그간 작품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혹 이런 것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괴팍한 서예도 있구나 하는 것들로 감상되었으면 합니다.
1. 작가론
서예 작업을 하는 작가는 양화, 한국화, 조소, 공예, 음악 등 여타 작가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서예의 출발점과 그 역사적인 흐름 그리고 서예를 향유하였던 이들이 주로 어떤 이들이었는가에 주목해야합니다.
서예의 최초는 의사전달을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이 강했고 또한 서예를 하던 이들은 적어도 문자를 아는 특수한 집단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한자로 보면 갑골과 금문 등의 대전이 특히 그러하였으며, 소전과 예서, 초서 또한 적어도 지식인층이 아니면 구가 할 수 없었을 것이라 봅니다. 한글 또한 창제에서 반포 사용에 이르기까지 당초에는 궁궐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며, 민간에서 썼다는 민체도 사대부나 양반 계층에서 향유되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서예라는 예술은 일반인들이 아닌 지식인 계층에서 주로 행하여졌던 예술입니다. 물론 죄수나 노예들의 글씨인 전돌서예에 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전되어 오는 서예작품의 작가들이 지식인임과 동시에 사상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왕희지가 그러하고, 소동파, 왕탁, 부산, 김정희, 송시열, 신위, 정약용 등 대부분의 서가들이 그러합니다.
양웅이 법언에서 얘기한 “서예는 마음의 그림이다.” 청의 유희재가 말한 ‘서여기인론’에 적극적인 동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서예를 하는 작가는 필묵의 운용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생각의 틀을 잡아나가는데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상과 미학에 대한 학습을 통하여 본인의 사상적인 경향을 확립해 나가고 그런 경향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배여 들어갈 때 비로소 서예작품의 격조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결국은 그 사람의 격조가 그 작품의 격을 결정짓는 것이라 생각하며, 서예가는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나와 사물을 관조하는 눈과 그런 정신을 필묵을 통하여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는 기법의 운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예술관
모든 예술이 궁극에 이르면 통관하는 그 무엇이 있겠으나, 서예술은 두 가지의 다소 명확한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묶는 것이고, 하나는 푸는 것입니다.
지금도 다소 어수선한 아이를 서예를 교육시키고자 하면서 가지는 생각이 글씨를 쓰면 그 어수선함이 다잡아지겠지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서예가 가지는 마음을 차분하게 다잡아준다고 공인된 효능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즉 서예가 가지는 수양적인 요소겠지요. 구양순의 해서나, 소전, 그리고 한글의 궁체가 이런 부류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채옹이 이야기한 “서예는 푸는 것이다. 書者散也”라는 것으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뜻이나 감정들을 필묵을 통하여 펼쳐내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이것이 서예가 가지는 바로 마음을 드러내는 예술적인 요소를 말한다고 봅니다. 장욱의 광초나, 안진경의 쟁좌위고, 부산의 초서 등이 이런 부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다소 후자에 속하지만 인위적인 표현이 강하게 작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중국의 유행서풍이나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서예가들에게서도 이런 흔적들이 보입니다. 이런 작품들에게서 간혹 질박한 심미나 필묵의 유희 등을 강하게 느낄 수는 있으나, 고전에서 보여 지는 어떤 격조 같은 부분이 다소 결핍되어 있음을 봅니다. 이것은 저의 작품 속에서도 공히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예술에 대한 관점은 그 작가가 삶과 예술행위를 하면서 그리고 학습을 통하여 계속 변화되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한글서예 작업을 하면서 글의 내용이 가지는 에너지와 서예가 가지는 에너지 주파를 맞추기 위해 고민을 하며 형식적인 틀들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마음을 펼쳐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격조 있는 서예를 구가하고 싶은 예술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고 향기롭게 (0) | 2010.03.25 |
---|---|
2004 첫 개인전 (0) | 2010.03.14 |
[스크랩] 노석사랑전 (0) | 2009.12.18 |
[스크랩] 한글옷글씨작품 (0) | 2009.10.07 |
촛불과 기둥 (0) | 2009.05.30 |